미국, 對中 관세 90일 유예…속내는 무엇인가
미국의 대중(對中) 90일 관세유예 결정, 왜 나왔나?
2025년 5월12일,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90일간의 관세 유예에 합의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한 번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 양국 경제의 현실, 그리고 국제질서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본 칼럼에서는 미국이 왜 이 시점에 관세유예라는 카드를 꺼냈는지, 그 배경과 글로벌 경제적 함의를 분석한다.
1. 미중 관세전쟁, 어디까지 왔나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관세율은 상호 누적으로 100%를 훌쩍 넘겼고, 양국 무역은 사실상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한 혼란을 겪었고, 세계 무역질서가 흔들렸다.
2. 90일 관세유예, 발표의 배경
1)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경고음
관세전쟁이 격화되자 미국과 전 세계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했다.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미국 내에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미국 1분기 GDP 성장률은 -0.3%로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졌다. 중국 역시 제조업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렸다.
2) 관세의 ‘부메랑 효과’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돌아왔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세 인상은 미국 내 생산비용 상승, 수입물가 인상,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 내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 농산물 수출업자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타격을 많이 입는 미국 기업에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3) 글로벌 경기침체의 현실화
관세전쟁의 여파는 미국과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로 확산됐다. 세계 각국의 수출 실적이 악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특히 한국, 독일, 일본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4) 국제정치적 고려와 협상전략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전쟁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의 강경한 보복과 국제사회의 비판, 그리고 미국 내 여론 악화가 겹치면서, 무작정 강경책만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90일 유예라는 ‘숨고르기’ 전략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3. 90일 유예의 내용과 글로벌 파장
1) 유예 조치의 구체적 내용
미국과 중국은 기존에 부과한 상호 관세(125% 내외)를 90일간 유예 또는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는 30%로, 중국의 대미 관세는 10%로 낮아졌다.
유예 기간 동안 양국은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만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관세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관세유예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안도감을 보였다.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투자심리 위축, 무역질서의 불안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무역환경에서 생산과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유예 기간 동안 양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향방이 다시 결정될 전망이다.
4. 미중 관세유예의 구조적 의미
1)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
관세전쟁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거점 다변화, 공급망 재편을 강요했다. 90일 유예는 일시적 숨고르기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세계화의 후퇴와 지역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2) 국제질서와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우선주의,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다자주의 협력체제, WTO의 권위 약화, 각자도생의 무역질서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이번 유예는 글로벌 리더십 공백의 산물이며, 향후 국제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협력을 위해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5. 결론: 90일 관세유예, 글로벌 경제의 ‘숨고르기’
미국의 90일 관세유예 결정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경고음, 관세의 역풍,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그리고 협상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번 조치는 ‘휴전’이자 ‘재협상’의 신호탄이며,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 번 중대한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향후 90일, 미중 양국이 어떤 합의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기업과 정부, 국제사회 모두 새로운 질서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미·중이 어느 쪽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네바 미중 고위급 협상 공동성명
관세유예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글로벌 경제의 ‘숨고르기’가 끝난 뒤,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협력의 해법이 요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