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T 공제 4만 달러 상향 합의, 미국 조세정책의 뇌관을 건드리다
누가 웃고, 누가 우는가? 그리고 미국 경제의 미래는
미국 정치와 경제의 중심에서 또 한 번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미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이 블루스테이트(고세율 주) 출신 공화당 의원들과 손잡고 SALT(State and Local Tax, 주·지방세) 공제 상한을 4만 달러로 대폭 인상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정가와 경제계는 물론, 중산층과 고소득층, 그리고 부동산 시장까지 술렁이고 있다. SALT 공제란 무엇이며, 이번 합의가 미국 경제와 사회, 그리고 정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SALT 공제란 무엇인가?
SALT 공제는 미국 연방 소득세 신고 시 납세자가 주와 지방정부에 납부한 세금(소득세, 재산세, 판매세 중 하나)을 일정 한도 내에서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의 본질은 이중과세(동일 소득에 대해 주·지방과 연방에서 모두 세금 부과)를 완화하는 데 있다. 즉, 이미 주와 지방정부에 세금을 냈다면, 연방 소득세를 계산할 때 그만큼을 소득에서 빼주어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세제개편(TCJA) 이전에는 SALT 공제 한도가 없었다. 고소득층과 고세율 주 거주자들은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주·지방세를 전액 공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TCJA 이후 SALT 공제 한도가 1만 달러(부부 별도 신고는 5천 달러)로 제한되면서,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주·지방세 부담이 큰 지역의 중상위 소득자와 부유층은 세부담이 급증했다.
SALT 공제 4만 달러 상향, 어떤 변화가 오나?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SALT 공제 한도를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대폭 인상한다는 점이다. 단, 연 소득 50만 달러 미만 가구에만 적용되며, 한도와 소득 기준은 향후 10년간 매년 1%씩 인상된다. 이는 단순한 세금 감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고세율 주의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주·지방세가 연간 수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SALT 공제 한도가 1만 달러로 묶인 이후 이들 지역의 중상위 소득자들은 연방 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번 한도 상향으로 이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소비 여력과 부동산 구매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둘째,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활기를 띨 수 있다. 세금 절감 효과로 고가 주택 수요가 늘고, 주택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세율 주에서는 SALT 공제 한도 인상으로 주택 구입이 다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셋째, 연방정부의 세수는 줄어든다. SALT 공제 한도 인상은 연방정부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소득 상한 없이 4만 달러로 인상할 경우 10년간 약 6,000억 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됐으나, 소득 제한을 둬도 상당한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감세안 등과 결합될 경우, 전체 세제개편 패키지는 10년간 2조 5천억~3조 8천억 달러의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가?
이번 SALT 공제 한도 상향의 최대 수혜자는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고세율 주의 중산층과 고소득층, 그리고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다. 미국 인구의 약 10%가 전체 SALT 공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고소득 백인 가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SALT 공제 한도 폐지 시 전체 혜택의 70% 이상이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돌아간다. 반면,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계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만 받는다.
이 때문에 SALT 공제 확대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 진보파와 공화당 내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모두 “고소득층과 부동산 소유주, 그리고 고세율 주에만 이익이 집중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쟁점: ‘부자 감세’ 논란과 연방 재정 악화
SALT 공제 확대는 미국 조세정책의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다.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 역진성 논란
SALT 공제는 주로 고소득층과 고세율 주 거주자에게 집중된다. 2017년 이전에는 전체 SALT 공제의 91%를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이 차지했다. 공제 한도 폐지 또는 대폭 상향 시, 상위 1%가 전체 혜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 연방 재정 악화
SALT 공제 한도 인상은 연방정부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공제 한도 폐지 시 10년간 1조 달러 이상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한도를 4만 달러로 상향하더라도 10년간 수천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세수 감소가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다른 연방 프로그램 축소나 세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지역 간 형평성 논란
플로리다, 텍사스 등 주 소득세가 없는 저세율 주의 의원들은 SALT 공제 확대가 “고세율 주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연방 납세자 전체가 보조하는 셈”이라며 반대한다. 실제로 저세율 주 거주자들은 SALT 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장악한 고세율 주와 공화당 중심 저세율 주 간의 정치적·재정적 갈등이 첨예하다. - 정치적·정책적 난항
이번 합의는 공화당 내 블루스테이트 의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당내 재정 보수파와 민주당 진보파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원 통과 후에도 상원과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최종 입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경제적 파장과 미래
SALT 공제 확대는 단기적으로 고세율 주의 소비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세부담 완화로 고가주택 수요가 늘고,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세율 주의 주택 가치 상승과 이주 억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여력 증가로 지역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되지만, 혜택의 상당 부분이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소득불평등 심화 논란도 여전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연방 재정 건전성 악화, 지역·계층 간 불평등 심화, 주정부 재정 규율 약화 등 구조적 문제가 우려된다. SALT 공제 확대가 주정부의 세출 확대와 재정규율 약화로 이어질 경우, 연방-주정부 간 재정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정치적 셈법과 입법 전망
이번 SALT 공제 상향 합의는 공화당 내 지역 이해관계 조정의 산물이다. 고세율 주 출신 의원들은 지역구 민심을 위해 SALT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재정 보수파는 강력 반대 중이다. 하원 통과 후에도 상원과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최종 입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SALT 공제 확대가 부자 감세라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공화당 내 강경파 역시 재정 보수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등 초당적 합의가 쉽지 않다. 향후 상원 통과 및 최종 입법까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SALT 공제 논쟁, 미국 경제의 리트머스 시험지
SALT 공제 확대 논의는 미국 세제 정책의 불평등 해소와 재정 건전성, 지역 간 형평성이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시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합의는 미국 조세정책의 뿌리 깊은 불평등, 연방-주정부 간 재정 갈등,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의 복합적 충돌을 상징한다. 앞으로 SALT 공제 논쟁은 미국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남을 것이다.
결론
SALT 공제 한도 4만 달러 상향 합의는 고세율 주 납세자들에게 실질적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동시에, 연방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양면성을 가진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과 소비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혜택의 역진성과 재정적자 확대, 주정부 재정 규율 약화 등 구조적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 내 지역 이해관계 조정의 산물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여야 및 당내 이견 조율이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향후 SALT 공제 확대 논의는 미국 세제 정책의 불평등 해소와 재정 건전성, 지역 간 형평성이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시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합의가 최종적으로 입법화될 경우, 미국 경제와 사회에 미칠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