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6. 11:59ㆍ기업분석 : 신언서판의 기업판별법
핑거, 혁신의 이면… 성장과 리스크를 진단하다
회사 개요
핑거는 2000년 설립된 국내 대표 핀테크 솔루션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하며, 은행, 보험, 증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인터넷 및 모바일 기반의 뱅킹 시스템, 데이터 중개, 클라우드 서비스 등 맞춤형 핀테크 플랫폼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주요 매출은 풀뱅킹, 금융포탈, 오픈뱅킹 등 플랫폼 부문에서 발생하며, 솔루션(BIG, Orchestra, 보이스피싱방지 등)과 수수료(CMS, 빅데이터 중개, 해외송금)도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AI와 블록체인,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을 접목한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박민수 외(28.91%)이며, 2025년 기준 인천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 공급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업계 내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서론
핀테크 산업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핑거는 모바일 뱅킹, 오픈뱅킹, 데이터 중개 등 다양한 금융 IT 서비스를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STO(증권형 토큰 발행) 플랫폼, 클라우드 기반 ERP ‘파로스’ 등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며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 성장과 혁신의 이면에는 매출 성장 정체, 수익성 악화, 신사업의 불확실성, 규제 리스크 등 구조적 한계가 공존한다. 본 컬럼은 핑거의 재무 현황과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 한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본론 1.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
핑거의 최근 3개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성장의 정체와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기업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2~2024년 연간 실적은 다음과 같다.
(단위: 억원, 전자공시시스템)
구분 | 2022 | 2023 | 2024 |
매출액 | 872 | 794 | 668 |
영업이익 | 55.9 | 40.2 | -2 |
당기순이익 | 37.6 | 45.3 | -21.5 |
2022년 매출액은 901억원, 2023년 831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며, 2024년에는 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급감하였다. 영업이익은 2022년 54억원에서 2023년 37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5억원으로 적자 전환하였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3년 45억원에서 2024년 9억원으로 80% 가까이 급감하였다. 이는 플랫폼 시장 포화, 신사업 투자 확대, 인건비 및 판관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2025년 1분기 실적은 일시적 반등을 보였으나,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위: 억원, 전자공시시스템)
구분 | 2024 1Q | 2025 1Q |
매출액 | 149.9 | 183.4 |
영업이익 | -0.44 | 2.7 |
당기순이익 | 3.6 | 6.1 |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하였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하였다. 회사 측은 AI 기반 금융 서비스와 파로스 등 신사업 효과를 강조하고 있으나, 2024년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일시적 현상인지 지속 가능한 변화인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2024년 4분기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하였다.
본론 2. STO 사업: 혁신과 규제 리스크 공존
핑거는 STO(증권형 토큰 발행) 플랫폼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2023년 서울옥션블루, NH농협은행과 협업해 STO 기술 검증을 완료하였고, 광동제약 등과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추진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2025년 6월 예탁원의 토큰증권발행 테스트베드 플랫폼 오픈, 금융위원회의 STO 가이드라인 발표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STO 사업은 제도화 지연과 시장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2025년 내 STO 제도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유예기간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사업화는 2026년 하반기 이후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 내 관련 법안이 폐기·지연되는 등 정책 리스크가 상존하며, 핑거의 STO 기술 역시 해외 라이선스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블록체인, MPC(다자간 보안 계산) 기반 키 관리 등 기술 고도화와 금융사 협력을 병행하며 시장 개화에 대비하고 있으나, 수익 창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본론 3. SaaS 전환: 성장통과 경쟁 심화
핑거는 2024년을 기점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중소기업용 클라우드 ERP ‘파로스’ 출시, AI패드(모바일 신분증 인증) 등 신기술 접목,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 등으로 신규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였다. 2025년 1분기 신사업 매출이 전체 실적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SaaS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ERP·SaaS 강자들과의 기술·가격 경쟁에서 핑거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파로스 사용 기업 중 일부가 타사 솔루션으로 이탈하고 있으며, R&D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4년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23% 증가하였으며, SaaS 부문 매출 비중은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의 18%에 그치는 등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론
핑거는 AI, 블록체인, SaaS 등 신사업을 앞세워 혁신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나, 매출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 신사업의 불확실성, 규제 리스크 등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STO 사업은 제도화 지연과 시장 개화 시점 불확실성, SaaS 전환은 경쟁 심화와 수익성 미흡이라는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투자자와 시장은 핑거의 신사업 추진이 단기적 테마주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핑거가 혁신과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미래 성장 스토리는 단순한 기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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